"에어컨 켰는데도 왜 이렇게 눅눅하죠?" 한여름이 되면 이런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희 집은 도시 외곽 단독주택입니다. 이사 온 첫해 여름,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도 벽지가 축축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어요. 이유를 몰라서 제습기부터 새로 샀는데, 그것도 반쪽짜리 해결이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순서가 잘못됐던 것이었습니다.
오늘은 다섯 번의 여름을 겪고 저희 집이 정착한 실내 습도 관리 세 가지를 나눠보려고 해요. 에어컨을 켜기 전에 챙기면 훨씬 쾌적해지는, 그런 순서 이야기입니다.
1. 환기 — 켜는 시간보다 '끄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여름 환기는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창문을 열면 훅 하고 습기가 들어오고, 닫아두자니 실내 공기가 답답하고요. 제가 처음 몇 년 동안 헤맸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지금 저희 집은 원칙이 하나 있어요.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직전 30분만 활짝. 그 시간대가 외부 습도가 가장 낮고 기온도 살짝 서늘합니다. 오전 8시가 넘어가면 아무리 서둘러도 이미 눅눅한 공기가 들어오기 시작해요.
여는 시간: 새벽 5시~해 뜨기 직전. 저는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깨는 편이라 그 시간에 창을 엽니다.
여는 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오래 열어두면 오히려 습기가 축적돼요.
한 가지 팁: 맞바람이 통하도록 앞뒤 창문을 함께 열어야 공기가 실제로 순환합니다. 한쪽만 열면 환기가 덜 됩니다.
비 오는 날은 예외 없이 창을 닫아둡니다. 억지로 환기하는 것보다 그날은 제습기에 맡기는 게 낫다는 걸 몇 번 겪고 나서 알았어요.
2. 제습기 — 위치가 성능의 반을 결정합니다
제습기를 아무 데나 놓으면 눈에 보이는 만큼만 물이 차고 실제로 방 습도는 별로 안 내려갑니다. 저희 집도 그랬어요. 거실 구석에 두고 하루 종일 돌렸는데 침실 습도는 그대로였습니다.
지금은 제습기를 세 가지 원칙으로 놓습니다.
1단계 — 공간 한가운데. 벽에 붙이면 반경이 좁아집니다. 방 한가운데 두면 사방으로 균등하게 흡수해요.
2단계 — 문 닫기. 습도를 낮추고 싶은 방문은 반드시 닫습니다. 열려 있으면 옆방 습기가 계속 들어와서 제습기가 헛돌아요.
3단계 — 낮에 한 번, 잠들기 전 한 번. 24시간 돌리는 것보다 시간대를 나누는 게 전기세도 아끼고 효과도 뚜렷했습니다.
참고로 이불장·옷장 안 습도는 별개입니다. 저는 그쪽은 실리카겔 제습제로 따로 관리해요. 제습기 한 대로 다 잡으려 하면 다 어중간해집니다.
3. 실내 식물 — 여름엔 오히려 '적게' 두는 게 낫습니다
식물이 공기를 정화한다는 얘기를 듣고 저희 집도 한때 화분을 잔뜩 뒀던 적이 있어요. 근데 여름엔 오히려 화분이 습도를 올린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잎에서 나오는 증산과 흙에서 올라오는 수분이 생각보다 많아요.
지금 저희 집 여름 배치는 이래요.
거실·안방에는 두지 않습니다. 잠자는 공간과 오래 머무는 공간에는 여름 동안 화분을 옮겨둡니다.
베란다·창가 쪽으로 이동. 통풍이 잘 되는 곳으로 여름에만 옮겨두면 식물도 잘 자라고 실내 습도도 안 올라갑니다.
물주기는 살짝 줄입니다. 여름엔 흙이 마르는 속도가 느려지니 평소보다 사흘 정도 텀을 늘리는 편이에요.
식물을 좋아하지만 여름엔 잠깐 거리를 두는 것, 이게 저희 집의 타협점입니다.
마치며 — 에어컨은 마지막에 켭니다
세 가지 원칙이 잡히면 에어컨을 켜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저희 집은 예전에 하루 8시간 정도 에어컨을 돌렸는데, 지금은 오후 2~4시 정도만 켜도 충분해요. 전기세도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여름 실내 공기는 순서의 문제입니다. 에어컨부터 켜지 마시고, 환기·제습·식물 배치 세 가지를 먼저 챙겨보세요. 저희 집이 그랬듯이, 아마 눅눅함이 훨씬 빨리 가라앉을 거예요.